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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김대중 대통령 주요저작(강연)
 
대통령 당선 2주년 기념 KBS 특별대담 ― 1999. 12. 19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1,840  

대통령 당선 2주년 기념 KBS 특별대담 ― 1999. 12. 19

힘들었던 만큼 보람이 컸던 소중한 시간

홍성규(KBS 보도국장) 요즘 일정이 굉장히 많은데요, 아주 건강해 보이십니다.

대통령 하루종일 아주 바삐 사람도 만나고, 돌아다니고 그러다 보면 하루가 그냥 지나가지요.

김주영(작가) 저 시골 고향에 계신 어머님이 아마 이 프로그램을 보시면 대단히 감동받으실 것 같습니다. 산골의 아들이 대통령님 관저, 그것도 안채에 와서 대통령님을 뵙고 있는 것을 보시면 많이 놀라실 것 같습니다.

대통령 그것도 놀랍지만 저 시골 하의도의 섬사람이 와서 대통령을 한 것도 놀라운 거예요.

이나미(의사) 저희 같은 주부들은 어떻게 사시나 굉장히 궁금하고 그런데요, 막상 와 보니까 단순하고 소박해서 참 좋습니다.

홍성규 오늘이 대통령께서 당선되신 지 꼭 2년째가 되는 날이 아닙니까? 그동안 참 일도 많았고 그만큼 저희들이 나누고 싶은 이야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오늘 시청자들을 위해서 청와대 집무실이 아닌 살림집 거실까지 저희들에게 공개해 주셔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분위기도 굉장히 아늑하고 편안해서 대통령께서도 그동안 마음에 있던 이야기를 다 들려 주시리라고 기대를 하고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요즘 보면 정말 복잡한 일도 많고 힘든 일도 많고 그런데 어떻게 잠은 잘 주무십니까?

대통령 잠은 그저 잡니다. 그런데 여러가지 고민이나 걱정은 많습니다. 그리고 소위 옷로비 사건이라든가, 여러가지 불미한 사건으로 국민 여러분께 너무도 걱정을 끼치고 해서 사실 이번에 TV에 나오는 것도 굉장히 주저했습니다. 또 개인적으로도 별로 좋은 타이밍이 아니라고도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더구나 20세기를 보내는 마당에 2년 동안 무엇을 어떻게 했고 또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내 책임이 아닌가 해서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무엇보다도 국민 여러분께 그동안 심려를 끼친 점, 걱정드린 점을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오늘을 계기로 앞으로 모든 것을 투명하고 엄정하게 의혹사건을 처리하는 동시에 그런 것을 깨끗하게 청산하고 새해를 맞이했으면 싶다는 생각으로 이 자리에 왔습니다.

김주영 2년 전 이야기입니다만, 대통령에 당선되었던 2년 전 선거 결과는 사실 우리나라 헌정 사상 여야의 정권 교체라는 역사적인 사건으로 귀결이 되었는데, 저도 그때 개표방송을 끝까지 지켜 보았습니다만, 참 아슬아슬했습니다. 그때 처음부터 지켜 보셨습니까?

대통령 보다 안보다 했습니다. 답답하면 안보고 잘된다고 하면 또 나와서 보고….

이나미 당선되신 지 2년이 되었는데 굉장히 시간이 오래된 것 같습니다. 그때 들었던 생각들은 어떠한 것이었는지요. 그리고 2년 후가 지난 지금까지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으신지요.

대통령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네번째만이거든요, 그때 심정은 마침내 해 냈다는 그런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정말로 대통령이 되었으니까 잘해야지, 그래서 훌륭하게 역사에 남을 대통령이 되도록 노력하고 무엇보다도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그런 대통령이 되어야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2년이 지나서 그동안에 여러가지 문제도 있고 최근에는 본의 아니게 국민에게 걱정끼치는 일이 참 많지만, 그러나 그 정신 가지고 일관되게 온 것은 사실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홍성규 조금 전에 네번째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만, 정말 힘들게 당선되셨는데 그 후에 더 힘드시지 않았는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IMF 사태 이후에 국가가 정말 바람 앞의 등불과 같은 그런 사태에서 나라살림을 맡으셨는데, 혹시 왜 내게는 이렇게 많은 시련만 다가오는가, 이런 생각을 해보신 일 없으십니까?

대통령 생각했어요. 사실 대통령 선거를 하면서 당선될 것이다, 하는 그런 이야기도 있고 또 개표 때는 출구조사에서 된다고 하고, 그래서 그때 제일 절실히 소원한 것은 -당선되면 취임까지 2개월이 있거든요- 2개월 동안 실컷 발뻗고 쉬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그러나 쉬는 정도가 아니라 당선되자마자 바로 이 IMF에 말려들어서 축하파티는 고사하고 무슨 식사 한끼 얻어먹지 못하고, 그렇게 들어와서 참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나는 이렇게 고생만 하는 팔자인가 보다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나미 당시 상황이 워낙 어려워가지고요, 국민들이 굉장히 기대가 컸습니다. 그런데 그만큼 지지도도 높았고 그런데 요즘에는 지지도가 그 당시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는 보도도 있고 그래서 안타까운 심정도 좀 드실 것 같은데요.

대통령 네, 그렇습니다. 그런 심정이 있고 내 지지도보다도 생각하지도 않은 일들을 가지고 자꾸 국민들을 걱정시키는 것을 보면 한탄이 저절로 나오고 이것이 무슨 팔자인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면 옷로비 사건 이야기인데 부인들이 청문회에 나와서 하는 것을 보고 제가 옆에 있던 부인 보고도 이야기를 했는데 네 명 중에 한 사람도 ‘국민에게 걱정 끼쳐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하는 사람이 없느냐, 대통령도 직접 관계가 없으면서도 국민한테 사과를 했는데, 이런 생각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사실 옷로비 사건이라는 것은 말하자면 로비해서 신동아그룹 총수의 구속을 면하고 재산을 보존하려고 하다가 실패한 것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처리는 제대로 한 것입니다.

그런데 부인들의 그 불건실한 태도, 떼지어서 고급 의상실을 다닌다든가, 거짓말을 한다든가, 또 정부의 책임있는 입장에 있는 검찰의 고위 관리가 문서를 상대방들 피의자측에 유출한다든가, 이런 상식에 없는 일 때문에 국민들을 동요하게 만들고, 이렇게 정부를 난처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된 것은 물론 모두 내 책임입니다. 나는 대통령이 되어 과거에 하지 않은 일을 하나 했습니다. 그것은 장관이나 고위직 사람들을 임명할 때는 꼭 부인을 오라고 해서 같이 임명장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부인들로 하여금 ‘내조를 잘 해야 남편이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다는 부탁을 하기 위해서 당신들을 오라고 한 것이다’는 말도 했는데 그런 것이 아무 효과가 없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솔직한 이야기로 안타깝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고 국민에게 참 볼 면목도 없고 그런 심정입니다.

김주영 사실 옷로비 사건이라고 말들을 하고 있습니다만, 모피코트가 문제가 되고 있는데 아무 것도 아닌데 거짓말을 자꾸 더 씌우게 되면서 심지어는 대통령님께까지 거짓 보고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국민들이 분개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런 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사건의 실체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바로 그런 점이거든요. 대통령님께까지 거짓 보고가 되는 나라라면 이것 걱정스럽지 않느냐 이렇게 이야기하는 분들이 사실 많습니다.

대통령 그런데 국민들에 대해서는 저도 알고 있고 또 만일 거짓 보고를 했다면 참 큰일입니다.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가 없는 문제입니다. 수사중이니까 곧 밝혀질 것입니다만 큰 줄거리를 말하자면 대한생명에 대한 여러가지 비리, 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방침, 그리고 대한생명이 아주 부실화되었기 때문에 퇴출시켜서 새로이 살려나가야 한다, 이런 줄거리는 전부 보고되어 있고 또 그것도 전부 내 승낙을 받아 실천한 것입니다.

그래서 큰 줄거리는 다 보고가 되었는데 이제 부인들이 무슨 날짜 가지고 조작하고 이런 것, 그런 거짓말은 내가 알지 못했습니다. 사실 몰랐습니다.

이나미 문제가 생길 때 일하는 사람들이 좀더 투명하고 철저하게 하면 이렇게 일이 꼬이지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도 하는데요, 그래서 정치에 대해서 굉장히 냉소적인 국민들도 많습니다. 신문에는 대통령의 영이 서지 않는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데요, 좀더 강력하고 단호한 대통령상을 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대통령 그런데 우리가 한번 국민들과 함께 이 문제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데요. 단호하게 화끈하게, 이렇게 해야 한다…. 그런데 사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수십년 동안 그 ‘화끈’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고생했습니까? 인권이 유린되고 경제가 왜곡되고 소수에게 부를 집중시키고 서민들이 완전히 말살당하고 노동운동의 자유도 없고 온갖 고통을 받지 않았습니까? 부정선거를 하고…. 그래서 이 ‘화끈’을 함부로 좋아할 것이 아닙니다. 진정으로 강력한 정부란 것은 국민에게 언론자유를 보장하고…. 지금 언론 자유가 얼마나 만발해 있습니까?

이나미 언론 때문에 힘드시죠.

대통령 또 인권을 보장하고 그렇게 해서 국민들의 권리가 다 보장되고 있습니다. 지금 옛날에 없던, 시위·집회·파업의 자유가 합법적으로 하면 다 보장되고 있지 않습니까? 민노총이나 전교조 등 불법단체가 전부 합법화되었습니다. 여성들의 권리도 말하자면 성폭행이라든가, 가정폭행이라든가, 이런 것 처벌하는 것이 강화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하면서 국가 질서가 잡혀 가야 합니다.

그럼 국가질서가 잡혀 가고 있느냐, 과거에 1년에 최루탄을 20만발, 30만발 쏘았습니다. 적은 것이 1997년에 13만 3,400발을 쏘았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정부를 맡은 후 작년에 3,000발, 그 이후에는 한 발도 안 쏘았습니다. 그런데도 사회는 안정되어 있습니다.

노동관계 교섭이 금년에는 95% 이상이 노·사 합의로 타결되었습니다. 지금 일부에서 보도된 것 같이 노동계가 그렇게 불안한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국민들도 모르는 사이에 매일 2만명, 3만명이 서울 여기저기서 혹은 지방에서 시위하고 집회하지만 누가 시위를 하는지도 모를 때가 많습니다. 그것이 진짜로 강한 것입니다.

그리고 북한이 서해해전을 도발했을 때 단호하게 군사적으로 응징하지 않았습니까? 과거 그 강력하던 군사정부 밑에서 울진 공비사건, 1·21 무장공비사건, 판문점 도끼사건 등 수없는 군사도발이 있었지만 한번도 군사적으로 응징하지 못했습니다. 이번에 처음 한 것입니다. 북한이 아주 굉장한 타격을 받고 교훈을 받았을 겁니다. 그러면서도 전쟁으로 확대 안시키도록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진정 강력한 정부는 국민에게 자유와 평화를 보장하면서도 질서를 잡아가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재벌이 얼마나 막강합니까? 그 재벌들을 전부 구조조정해서 옛날하고는 체질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과거에는 적자만 내던 우리나라 재벌이나 기업들이 이제 우리가 구조조정을 강력히 해서 경쟁력을 강화시켜 놓으니까 금년이 역사상 최고로, 상장 기업들 400여개가 전부 역사상 최고로 흑자를 냈습니다. 그것은 그만큼 국가의 부가 늘어난 것입니다. 기업도 돈을 벌지만 노동자도 일터가 생겨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 나가는 것이 정말 강력한 것이 아니냐, 그런 생각을 합니다.

다만 지금 못하고 있는 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국민이 안타까워하는데 첫째는 부정부패 척결인데, 나는 윗물만 맑으면 아랫물도 자연히 맑아질 줄 알았는데 역시 아직도 미흡한 점이 너무 많습니다. 그것은 제가 인정을 합니다.

둘째는 정치가 안정이 안되고 있습니다. 정치가 지금 국민의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것을 옛날식으로 억압과 탄압으로 할 것이냐, 결국 그런 것은 안되는 것이고 국민이 선거를 통해서 정치에 대해 심판을 해야 할 것입니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잘하면 잘하는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심판하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안정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한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요.

또 민주주의는 속도가 느린 것이 특성 아닙니까? 그러나 우리가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느냐, 안 가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인데 크게 보면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고 정부는 흔들림 없이 하고 있습니다. 인권이라든가, 안보라든가, 경제라든가, 다 제대로 가고 있는 면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전부 잘한 것은 아니지만. 다만 정치가 좀 문제인데 이것은 새해에 정치 안정을 해결해야 되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홍성규 조금 전에 경제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만, 지난 17일 IMF 이사회가 한국은 공식적으로 IMF를 졸업했다는 발표가 있었고, 또 올해 OECD 국가 가운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위다, 이런 발표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경제적인 성공이나 외교적 성과 같은 것에 대해서는 외신에서도 상당히 평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끝없는 정쟁, 또는 옷로비 사건 같은 이런 스캔들 때문에 아까 말씀드린 그런 것들이 가려지지 않나, 혹시 손해 보는 것 같은 기분 안 느끼십니까?

대통령 그런 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 국민을 걱정시키고 있는 마당에 외교를 잘 했다, 경제 잘 했다, 이런 것을 내세울 그런 면목이 없습니다. 그것은 제가 말 안 해도 국민이나 세계가 다 아는 것입니다.

아무리 외교를 잘 하고 경제를 잘 했다고 하더라도 옷로비 사건은 있어서는 안 되고 또 정치도 잘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 부족한 점, 잘못된 것은 철저히 밝혀서 처벌할 것은 처벌하고 또 정치는 개혁해서 안정적으로 가져 가야 하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김주영 대통령님께서는 취임 초에 말씀하시기를 1년 반 안에 우리나라의 외환위기를 극복하겠다, 이렇게 약속을 하셨습니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탁월한 통찰력이 없으면 하실 수 없는 말씀 같은데, 그 당시에는 별로 믿은 사람이 없었지 않느냐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그때 어떤 복안이 있어서 그런 약속을 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대통령 사실 저도 그 말을 해놓고 속으로는 상당히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무턱대고 했느냐, 그것은 또 아닙니다. 그렇게 한 이유가 서너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6·25 이후 최대의 국난에 부딪친 것 아닙니까? 그런데 우리 국민들이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금을 들고 나와서 금모으기운동을 하더라구요. 깜짝 놀랐습니다. 그것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우리 국민이 옛날 국채보상운동하는 그 식으로 모두 하더라구요. 그래서 야, 이 국민 같으면 뭐가 되겠다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가 했더니 나중에 보니까 세계가 그렇게 생각을 했어요. 중국에 가니까 장쩌민 주석이 그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TV를 보고 정말로 감복했다, 한국 사람 정말로 훌륭한 사람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캐나다의 어떤 재단의 이사장은 그 사진 한 장을 보고 이 국민은 희망 있다, 우리가 돕자, 이렇게 주장했다는 것입니다. 또 이번에 마닐라에 갔더니 라오스 수상이 금모으기운동 이야기를 하면서 지금 라오스에서는 한국 국민한테 배우자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데요. 전 세계가 그래요.

그래서 금모으기운동이 준 감동이라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우리 국민이 아니면 못하는 운동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두번째는 제가 대통령이 되었는데 클린턴 대통령한테서 당선된 그 다음날 전화가 왔어요. 나는 축하전화인 줄 알았습니다. 축하 말도 한 마디 하기는 합디다. 그런데 그것이 문제가 아니고 당신네 나라 큰일났다 이것입니다. 지금 이대로 가면 국제부도가 난다, 그러니까 정신 차려서 해야 한다, 그러면서 우리 재무차관을 보낼 테니까 서로 협의하라고 했어요. 이틀 있으니까 재무차관이 왔어요. 그런데 이 사람이 방에 들어오는데 얼굴이 굳어져서 들어와요. 그 사람이 나한테 내가 정말로 시장경제의 원리에 의해서 철저하게 개혁할 의지가 있는가, 둘째는 필요하면 노동자들을 정리해고를 해서라도 기업부터 살리는 그런 일을 하겠는가 이 두 가지를 알아보러 왔어요. 그 두 가지를 봐서 합당하면 우리를 돕고 그렇지 않으면 손을 뗄, 그러니까 이 사람이 천사도 되고 저승사자도 되는 그런 입장에서 왔어요.

그는 저의 시장경제에 대한 소신도 듣고,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도 일터도 있는 것이 아니냐, 기업이 죽는데 노동자가 어디 있느냐 하면서 설명을 했는데 그것을 듣고 이 사람이 돌아갔어요.

그가 돌아가 이야기를 해서 IMF, IBRD, 미국·일본 및 유럽의 선진 국가들이 전부 한국을 돕자고 나선 것입니다. 그래서 아까 말씀드린 것과 같은 국민의 그런 자세, 그리고 국제적인 지원, 그러니까 지불기간이 돌아온 어음들이 연기가 되고 새로운 차관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런 두 가지 원인을 보면서 또 평소에 내가 다소 경제에 대해서 일해 왔기 때문에 내 자신이 해낼 수 있지 않았느냐 하는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1년 반이면 해 낸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나미 경제가 회복되었다는 통계가 많이 나오고, 또 한편에서는 국가신용등급이 많이 올라가면서 외환위기가 다시 올지 모른다는 걱정들도 하거든요. 저희들로서는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리면 또 한번 고생하지 않을까 하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대통령 우리 한국은 IMF를 정식으로 졸업했다고 말했습니다. IMF의 빚을 다 갚았고, 그리고 더 빌려 주겠다고 약속받은 돈도 이제 필요가 없어 안 가져옵니다. 그래서 외환위기를 극복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보면 경제성장률이라든가, 물가라든가, 금리라든가, 주식이라든가 대체적으로 IMF 이전으로 회복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런 과정에서 희생되었던 서민들, 중산층들이 회복을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우리 경제가 IMF 이전으로 회복되면 안정이 되느냐, 그것은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21세기는 전혀 새로운 경제체제로 들어갑니다. 지식기반경제, 정보화시대, 세계화시대, 국내외에서 경쟁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세계 속에서 1등을 해야 합니다. 급속한 변화 속으로 나가야 하는 마당에, 남들은 고속으로 질주해서 발전하는데, 우리가 그것을 못 따라가면 우리가 경제를 회복한 것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격차가 있으니까요.

앞으로 계속 금융개혁, 기업개혁, 공공부문개혁, 노사개혁을 해서 세계와의 경쟁에서 이기는 경제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그것을 우리가 목표로 해야 합니다. 일단 위기는 넘겼지만 새로운 도전에 응전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도전에 응전을 제대로 못하면 또 위기가 온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홍성규 얼마 전에 우리는 서해에서는 교전을 하고, 또 동해에서는 관광을 하는 그런 아주 이상하고 이해 안되는 경험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강산 관광객은 15만명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또 오는 23일 서울에서 남북한 농구대회가 열릴 예정이죠. 이것을 볼 때 남북관계가 획기적으로 변화를 했는지, 어떻게 변할 것인지 거기에 대해서 말씀을 해 주시죠.

대통령 결론부터 말하면 남북관계가 획기적으로 변화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이것이 획기적으로 변할 것인지, 다시 후퇴할 것인지는 모릅니다. 현재로 봐서는 앞으로 더 변화할 가능성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것의 하나는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기가 감소되었습니다. 그것은 북한이 금창리 지하시설 사찰 허용에서도 보듯이 핵을 갖지 않겠다는 약속을 현재 지키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번째는 미사일 2차 발사를 중단하지 않았습니까? 2차 발사를 하면 전쟁으로 갈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는 상태인데, 그것을 안하는 것은 상당한 성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서해해전에서 철저히 이겼습니다. 그래서 북한에게 대단히 심각한 교훈을 주었습니다. 함부로 못 건드린다는 상당히 심각한 교훈을 주었습니다. 미국의 어떤 대사도 얘기했지만 역대 정권이 군사적으로 북한을 응징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과거에는 군인출신 대통령도 못했는데, 민간출신이 했다는 말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전쟁의 위기를 감소시켰고, 우리가 또 그런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한·미의 군사공조는 어느 때보다 강하고 또 일본이 협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중국이나 러시아가 우리 한반도 평화정책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꼼짝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남북교류가 이제 시작되고 있습니다. 금강산 관광으로 15만명이 갔다 왔는데, 남한 사람이 북한땅을 밟는다는 것을 우리가 언제 생각했겠습니까? 이것은 큰 변화입니다. 중국의 외상도 햇볕정책의 성공사례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키신저가 와서 이것은 정말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는 것을 보고 확인했습니다.

그 외에도 판문점에서 군사정권위원회가 7년만에 재개되었다든지, 남북한간의 농구라든지, 문화교류를 하고 있다든지, 현대나 삼성이 경제교류를 시작했다든지, 미·북, 일·북간에 국교 정상화가 시작되었다든지, 많은 변화가 있습니다. 지금 큰 성과는 없지만 남북한과 미국·중국이 참여하는 4자 회담에서 북한이 우리와 대화를 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4자 회담을 통해 직접 대화를 하고 있는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북한에 대해서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북한의 어떤 도발도 용납하지 않는다, 그 대신 우리도 북한을 해치지 않는다, 그러니까 우리는 화해·협력해서 평화적으로 공존하고 평화적으로 교류해 나가자, 당신네 도와 주고 당신네하고 같이 협조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북한도 이제 압니다.

북한이 햇볕정책을 진심으로 압니다. 우리가 미국이나 일본한테 북한하고 자꾸 접촉하라고 권하고 있거든요. 그 전에는 다 막았습니다. 그러한 우리의 선의를 알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1999년에는 상당히 의미있는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내년에는 우리가 기대하는 이상으로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주영 지난 2년 동안 대통령께서 이루어 오신 성과 중에는 외교적인 성취를 빼놓을 수 없는데, 전통적으로 북한편만 들어 오던 러시아라든지 중국이 우리를 지지하게 만든 중요한 포인트가 햇볕정책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햇볕을 더 쬐는 방법은 없겠습니까? 구상하고 계시는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죠.

대통령 이 문제는 일관성과 인내심과 성의가 필요합니다. 동시에 남북관계는 양쪽이 서로 덕을 봐야 합니다. 한쪽만 덕을 보아서는 안 됩니다. 이런 목적으로 꾸준히 하면 성과는 나오리라고 봅니다.

북한은 지금 택할 길이 셋 중의 하나입니다. 하나는 전쟁하는 것입니다. 전쟁하면 우리에게 상당한 피해를 줄 수 있지만, 북한 자신은 괴멸할 겁니다. 북한은 쉽게 전쟁할 수 없습니다.

둘째는 현재대로 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대로 간다고 해서 과거 20여년 동안 우리식 사회주의니, 자급자족이니, 주체사상이니 하다가 오늘날처럼 되었습니다. 이대로 갈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북한이 갈길은 딱 하나입니다.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개혁·개방을 하는 것입니다. 그 사람들이 제일 걱정하는 것은 문을 열었다가는 북한 체제를 유지할 수 없지 않은가 하는 것입니다. 남한은 미 제국주의의 식민지다, 남한은 몇 사람 빼놓고는 전부 거지다, 남한의 젊은 여성들은 전부 미국의 노리개다, 이렇게 선전해 놓았는데, 이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 그 다음에는 체제유지에 큰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그런 것을 북한이 걱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현재 북한에 대해서 계속 보내는 메시지는, ‘우리는 북한을 흡수하거나 망하게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지금 북한도 통일이 되면 곤란하다, 통일은 다음으로 미루고 우선 동족끼리 평화적으로 전쟁하지 말고 서로 돕자, 북한은 지금 곤란하지 않느냐, 우리가 도와야 세계가 뒤따른다, 우리가 북한에 투자하지 않는데, 남북이 언제 전쟁할지 모르는데, 어느 기업가가 북한에 투자하겠느냐, 안 한다’ 이것입니다. 우선 체면이 있으니까 ‘민간 기업들과 얘기해라, 그러나 장차는 정부끼리 해야 한다’는 이런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한·미·일 공조가 지금처럼 잘된 때가 없습니다. 북한의 전통적 우방인 러시아·몽골, 혹은 베트남·이집트가 전부 우리를 지지합니다. 정상회담 후 정식 성명으로 지지했습니다. 유럽이나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나 중남미나 지지하지 않는 나라가 없습니다. 전세계가 우리 햇볕정책을 지지합니다.

이런 것은 외교상에서도 예가 드문 일입니다. 이것이 우리 힘입니다. 이것이 전쟁을 막고 있고 북한을 개방으로 이끌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국민들이 햇볕정책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고, 우리가 주도권을 갖고 한반도 정책을 하고 있고, 미국과 일본이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나는 이러한 체제로 노력하면 남북문제는 풀려 가고, 내년에는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나미 국내문제인데, 저희 세대만 해도 시위를 해도 그저 맞고 끌려가는 정도였는데, 서로 양쪽에서 다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아들을 둔 입장에서 남의 일 같지가 않습니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최루탄을 쏘지 않겠다고 했는데, 다치느니 차라리 최루탄을 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하는 사람이 있거든요.

대통령 네, 그런 말도 있습니다. 물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위태롭다든가 질서가 위태로울 때에는 여러가지를 써야 되겠지요. 그러나 최대한으로 인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에는 폭력시위가 있었는데, 재작년 한해에는 최루탄을 13만 3,400발을 쏘았습니다. 그런데 작년에는 3,000발밖에 안 쏘았습니다. 그런데 금년에는 한발도 안 쏘았습니다. 그렇게 되니까 쇠파이프도 없고 화염병도 없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쇠파이프가 나왔어요.

그런데 이것 때문에 최루탄을 쏘아야 할 것이냐, 안하고도 해내느냐, 지금은 안하고도 해낼 정도입니다. 우리가 안하면 역시 폭력도 약해집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있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불법이나 폭력은 용납하지 않습니다. 지금 수사해서 구속하고 처벌하고 있습니다. 내가 노조분들에게도 얘기했습니다.

“과거에 시위·집회 같은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때, 당신들 노동조합을 원천적으로 인정하지 않을 때는 기본권 침해라고 당신들의 정당성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시위든지 집회든지 파업이든지 합법적인 것, 평화적인 것은 다 용납하지 않느냐? 민노총도 전교조도 다 합법화시켜 주지 않았느냐? 세계 어느 나라를 가서 보더라도 정부가 민주주의를 보장하는데 폭력을 사용하는 것을 용납하는 나라가 있느냐, 자유에는 반드시 책임이 뒤따르는 것이다. 자유에 책임이 없다면 그것은 방종이고, 그것은 허용할 수가 없다. 따라서 정부는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도 폭력과 불법은 용납하지 않는다”라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그런 것은 분명히 처리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보면 굉장히 사회가 어지러운 것 같지만 최루탄을 쏘지 않고도 하고 있습니다. 지금 강도·절도가 작년에 비해서 15%가 줄어들었습니다. 검거율도 10%로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매일같이 2만명, 3만명씩 시위하지만 하는 것도 모를 정도로 조용히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문제를 계기로 다시 한번 이것을 엄격하게 다스리고 시위를 주최하는 사람들에게 평화적 시위를 하도록 책임을 지우고 있습니다. 허용은 하되 책임을 지도록 하겠습니다.

홍성규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시위문화는 확실히 바뀐 것 같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노동계의 움직임을 보면 겨울 들어서 심상치 않다는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노조측은 노조전임자의 임금지급 문제를 놓고 파업까지 거론하고 있는가 하면 재계에서는 의정평가위원회까지 구성하겠다는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IMF 사태가 진정이 되면서 노사갈등이 오히려 증폭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말들이 있습니다. 좋은 해결책을 제시해 주십시오.

대통령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노사갈등은 아주 줄어들었습니다. 옛날을 한번 생각해 보세요. 현대자동차 파업이 얼마나 엄청났습니까? 금년에는 목포 쪽의 한라중공업에서 서너 달 했고, 그외에는 큰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현재 금년 노사교섭이 95%가 타결되었습니다. 그런데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문제는 여러가지 복잡한 주장들이 있지만 정부가 주도해서 하는 공익위원회가 조정안을 냈습니다. 그래서 조정안이 법안이 되면 그것을 기초로 해서 타결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또 하나 노동자 근로시간을 단축시키라는 문제는 논의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시위나 파업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전문가들이 같이 앉아서 우리의 모든 여건으로 봐서 조정할 필요가 있느냐, 개선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하는 것을 합리적으로 논의해서 처리할 문제입니다. 그래서 합의된 대로 처리하면 됩니다. 못할 것이 없습니다. 제가 일선 현장의 모든 보고를 받아 봐도 노동자들이 지금 상당히 협력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여기서 하나 강조할 것은 IMF를 극복한 것은 노동자들이 임금삭감도 감수하고 또 정리해고도 감수하고 협력해 준 공이 컸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감사히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정부는 기본방침이 중립적 위치에서 노와 사를 조정해 주는 입장입니다. 모든 것을 합법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기업을 살리는 가운데 노사의 이해가 있습니다. 기업이 죽어 버리면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원칙하에서 정부는 노도 좋고 사도 좋은 방향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문제에는 성의있게 해 나갈 작정입니다.

이나미 2년간 국정을 해 보시니 어떠셨습니까? 개혁을 원하는 쪽에서는 굉장히 미진하다고 하고, 그렇지 않은 쪽에서는 불만이 많구요. 청소년·교육·의료·환경 문제 등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고 생각됩니다. 대통령께서 원하신다고 다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닌 것 같구요, 매일 두통약을 먹어야 될 것 같은데, 어떠셨습니까?

대통령 아닌 게 아니라 때로는 두통약 생각날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든지 일이 잘못될 때는 국민으로부터 비판이 일어나지만, 일이 잘 되어도 분배가 좀 왜곡되거나 상대적 박탈감이 있을 때는, 내 몫은 늘어났지만 상대방의 몫이 너무 늘어나면 반발이 생깁니다. 일부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낭비하고 과시해서, 국민들을 자극하는 면이 있습니다.

아직 빈곤층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고, 이런 문제에 국민들의 불만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것을 정부가 인내심을 가지고, 또 정말로 우리 정부가 중산층과 서민을 위주로 하는 입장에서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거짓말, 위증, 이런 것이 국민들을 화나게 만들어서 정부가 그 와중에 끌려들어가서 지금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물론 국민들도 억울하겠지만 정부도 억울할 때가 많습니다.

김주영 그런 것이 혹시 대통령께서 혼자 다 하실려고 하시다가 생긴 부작용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대통령 그런 말도 듣습니다. 그런데 내가 혼자 했다면 서해해전을 어떻게 했겠습니까? 기업의 구조조정을 혼자 어떻게 하겠습니까? 외교를 어떻게 다 하겠습니까? 소임을 맡은 분들이 열심히 잘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모든 분야에 대해서 대통령의 눈이 가야 합니다. 그리고 모든 장관이나 책임자들이 대통령이 나를 지켜 보고 있다고 느껴야 합니다. 우리 제도는 대통령중심제입니다. 누가 잘못해도 책임은 대통령이 져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결정하는 책임과 의무는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그래서 대통령이 등한히 해서 장관이나 이런 사람들이 대통령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멋대로 가면 과거와 같은 사태가 일어납니다. 그래서 외환위기가 온 것 아닙니까? 제가 경제에 대해 중심을 잡고 재벌개혁을 했습니다. 우리나라 재벌이 얼마나 강한 재벌입니까? 은행 등 금융기관이 100여개가 문을 닫았습니다. 이런 일을 중심을 잡고 지금까지 해 오지 않았으면, 우리나라 대재벌인 대우를 어떻게 해체합니까?

그러니까 대통령이 일을 사무적으로 간섭해서는 안되지만 큰 줄거리에 대해서는 꼭 쥐고 있어야 됩니다. 안 그러면 잘못됩니다. 그런 점에 있어서 중요한 업무는 맡기지만 큰 정책적 방향은 대통령이 쥐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홍성규 최근에 있었던 국정원장 발언파문이라든가, 옷로비 사건이라든지, 파업유도 발언이라든지 일련의 사태를 보면 대통령을 보좌하는 분들이 오히려 대통령을 더 어렵게 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보십니까?

대통령 그 점에 대해서는 유구무언입니다. 저를 위한다는 사람이 오히려 위한 것이 아닌 결과를 보면 참 어이가 없는 때가 있습니다.

이나미 연초에 불을 때면 아랫목부터 따끈따끈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윗목도 뜨거워진다는 말씀을 하셔서 제가 문학적으로도 멋진 비유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아까 상대적인 박탈감을 언급하셨는데 아직까지 중산층이나 서민들은 굉장히 위화감 같은 것을 많이 느끼고 있는데, 언제쯤 윗목도 따끈따끈해질 것인지 직관력 같은 것을 가지고 계십니까?

대통령 방 가운데까지는 훈기가 오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엊그제 동대문시장을 가 봤습니다. 2년 전 제가 대통령이 되기 전에도 거기를 가 봤는데 2년 후에 가 보니까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동대문시장이 세계 최대의 의류시장이 됐습니다.

밤 2시가 되면 발디딜 곳이 없이 사람이 몰려듭니다. 중산층들이 좀 나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중소기업이 2만 3,000개가 문을 닫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중소기업, 벤처기업 합쳐서 3만 5,000개가 문을 새로 열었습니다. 그 전보다 훨씬 더 우수한 기업들입니다. 지금 늘어나고 있습니다.

통계청의 통계를 보면 과거 IMF 전에 우리나라 중산층이 약 40%였는데 금년 연말로 다시 40% 정도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산층선까지는 어느 정도 훈기가 왔습니다. 최근 일출 등을 보기 위해서 서울 시민 세 사람 중에 한 사람이 여행을 간다는 것도 하나의 예입니다.

그러나 중산층도 지금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고소득층의 소득이 워낙 늘어났고 그 사람들이 너무 사치생활을 하니까 내가 늘어난 것은 생각을 안하고 오히려 그것만이 화가 난 것입니다.

서민층을 보면 이제 윗목 쪽은 아직도 훈기가 제대로 안 간 것이 사실입니다. 실업자 수가 170만명에서 70여만이 줄었지만 아직도 백만의 실업자가 남아 있습니다. 금년 지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서민들에게 훈기가 가는 시대가 옵니다. 그것은 막연히 그러는 것이 아니라 이번에 법을 만들어서 예산에 반영시켰습니다. 예를 들면 국민기초생활법으로 해서 164만명에 대해서 내년에 기본생활을 정부가 모두 보장해 줍니다. 40만의 중·고등학생이 돈이 없어도 학교 갈 수 있도록 장학금을 대 줍니다.

30만명의 대학생들에 대해서 지금까지의 대여장학금을 배 이상 늘려 주면서 정부가 400억원의 금리를 보장해 주고 그 사람들에게 장학금을 줍니다. 이제는 돈이 없어 학교 못 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리고 유치원이라든가 영아원 애들까지 돌보아 주고 있고 2002년에는 주택보급률이 100%가 됩니다.

지금 농민들에 대해서는 여러가지로 금리를 인하해 주고, 과거에 농민들이 빚보증을 섰다가 그것 때문에 망하게 된 것을, 그 빚보증을 전부 정부가 안아 주었습니다. 이런 일을 정부가 해 주고 있고 노동계나 봉급자들의 근로소득세도 대폭 인하해 주고 여러가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년에 가면 윗목에서 훈기를 느끼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 준비가 다 되어 있습니다. 막연히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예산으로 되어 있고 법으로 되어 있습니다.

경제는 어느 나라나 그렇습니다. 나빠질 때는 급속히 나빠지는데 좋아질 때는 서서히 좋아집니다. 그런데 서서히 좋아지니까, 시간이 걸리니까 아무래도 약한 쪽, 즉 서민들이나 이런 쪽이 늦게 좋아집니다.

그리고 제일 위험한 것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문제입니다. 민주주의 국가이고 자본주의 국가에서 자기 돈 가지고 제가 쓰는 것을 어떻게 할 수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런 사치에 대해서는 철저히 과세하고 대중들이 소비하는 품목에 대해서는 특소세를 폐지시키고 일반 이용품에 대한 세율을 낮추어 주는 등 여러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요컨대 국민의 정부는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중산층과 서민의 정부입니다. 이것을 펴고 나온 정부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말한 값을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2년은 한마디로 말하면 외환위기 극복, 경제를 옛날 정도로 돌리는 것, 여기에 사력을 다 했습니다. 뭐가 있어야 나아지죠? 경제가 침체되어서 생산이 없는데 어떻게 나아집니까? 이제 어느 정도 목표달성을 했으니까 이제는 제일 어려운 분들을 중점적으로 지원해 나가겠다는 생각입니다.

홍성규 조금 전에도 잠시 말씀이 있었습니다만 바깥에서는 대통령께서 워낙 모든 분야에 있어서 논리적으로 해박하셔서 너무 꼼꼼하게 너무 야무지게 챙기시기 때문에 참모들이나 장관들이 좀더 소극적인 것이 아니냐 그런 얘기들을 합니다. 정책적으로는 어떻습니까? 지금 참모들이나 장관들이 정책과 관련해서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습니까? 어떻습니까?

대통령 그렇지요. 장관뿐만 아니라 비서관 등이 자주 대통령한테 면담신청을 해서 건의하고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또 내가 하라고 그러고요. 그래서 내가 알 것은 알고 있습니다. 언로는 완전히 개방되어 있습니다.

김주영 요즘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국민들 사이에 만연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민생을 위한 입법을 소홀히 하고 정쟁에만 몰두한다든지 그런 점 때문이라고 생각되는데요. 그런데 국민들이 걱정하는 것은 앞으로도 계속 이럴 거냐, 이러면 참 걱정스럽지 않느냐 이런 얘기들을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대통령 지금 우리나라에 가장 큰 위험요소는 국민들의 정치불신입니다. 국민의 정치불신은 여나 야나 양쪽에 다 마이너스를 주고 있습니다. 여당의 지지가 내려간다고 야당으로 가지 않고 있습니다. 전부 유보하는 쪽으로 가고 있어요, 이것이 어디로 갈지 모릅니다.

그래서 여당, 야당이 다같이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중에 가장 책임을 느껴야 하는 것은 물론 대통령인 저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 국사가 대체적으로 외교나 안보나 혹은 남북문제나 경제나 여러가지 문제들이 어느 정도 성과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그것은 세계가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치 하나가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래서 제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여당이 잘 해야 하는데, 물론 우리도 반성은 많이 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최근에 옷로비 사건이라든가 이런 것은 누구에게 책임을 미루겠습니까? 우리의 책임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아까도 강력히 하라는 말이 나왔는데 정치란 것은, 국회는 의석 가지고 결정을 합니다. 그런데 명색이 여당이 정권만 잡았지 국회 299석 중 105석밖에 안되요. 3분의 1밖에 안됩니다. 그 어려운 일이 여간 많지 않습니다.

이런 때는 야당이 도와 주어야 합니다. 야당이 과거에 집권당이었기 때문에 오늘 나라가 잘못된 책임도 있습니다. 또 나는 야당할 때 노태우 정권 때인데 여소야대였습니다. 그때 내가 제1야당의 총재로서 원내 안건 90% 이상을 여야가 합의해서 통과시켜 주었습니다.

김영삼 정권 때는 미국이 우리나라에 무역압력을 가하니까 제가 미국에 건너가서 미국 상공회의소에서 연설하고 국무차관을 만났습니다. 그 자리에서 우리는 당신네가 1980년도에 무역역조에 시달릴 때 구매사절단을 보내서 30억~ 40억 달러를 사 주었는데 이제 우리나라에 대해 무역적자 좀 난다고 이럴 수가 있느냐, 약자는 강자를 도와 주고 강자는 약자를 안 도와 주고 이런 법이 있느냐, 그랬더니 그 사람들이 그 내용을 듣고 깜짝 놀라서 내가 말한 것을 상공회의소 회보 전면에 실었어요. 그리고 태도를 바꾸었어요. 저는 이런 것이 야당이 할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야당은 이렇게 나라를 위하는 일도 해야 됩니다. 노태우 정권 때 소련과의 수교, 남북합의서를 지지해 주었습니다. 저는 야당에 대해서 대통령에 당선된 뒤 1년만 도와 달라고 간청을 한 적이 있지만 결국 그것을 얻지 못했습니다. 야당과 언론은 정당한 비판을 하기 위해서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잘한 일에 대해서는 국민 앞에서 그것을 인정하고 또 잘 하도록 도와 주고 할 때 나라가 잘 됩니다. 그래야 그 다음에 자기네가 여당이 되었을 때 야당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정치풍토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을 야당에 자꾸 메시지를 보내고 대화를 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기로에 서 있는데, 정치를 개혁해서 정치안정을 가져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내년 이후 21세기에 우리는 지식기반시대, 세계화시대, 정보화시대, 무한경쟁시대, 이런 시대에 한국 국민이 한번 일어설 수 있습니다. 왜냐 하면 지금까지는 국토가 넓고 자원이 많고 인구가 많은 나라가 강국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그것보다는 지식이 높고 문화창조력이 강한 사람이 많은 나라가 강국이 됩니다. 그런데 그런 점에 있어서 한국 사람들은, 아시다시피 세계에서 가장 교육수준이 높고 문화창조력이 강합니다.

중국에서 불교를 가져 오면 해동불교를 만들고 유교를 가져 오면 조선유학을 만들고 이런 사람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한국 국민의 특성을 살려서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가 세계 속에서 일류국가가 될 계기가 지금 왔습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좌절하느냐 혹은 비약하느냐 하는 것은 내년에 정치가 안정을 기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홍성규 대통령께서는 새천년 한국의 첫 지도자가 되시지 않았습니까? 새천년을 앞두고 우리 모두가 크게 달라져야 된다, 이런 게 우리 국민들의 대부분의 소망인 것 같습니다. 새천년을 맞는 심경이나 혹은 계획, 그리고 국민들에게 드릴 당부가 있으시면 이 기회에 말씀해 주시죠.

대통령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은데, 제가 본의건 본의 아니건 여러가지 최근의 불미스러운 일들로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친 것을 참으로 송구하게 생각하고 국민 여러분께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동시에 이왕 벌어진 일인데 중요한 것은 이것을 투명하게 하고, 그리고 분명하게 책임을 가려서 처벌할 것은 처벌하고 이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금년내에 그러한 문제를 마무리짓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가지고 있던 좋지 않은 유산, 즉 지역감정이라든가, 이기주의라든가, 부정부패라든가, 사치·낭비라든가, 나만 잘살면 된다는 식의 이런 일들은 이제 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21세기는 우리가 세계 속에서 경쟁해서 1등 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합니다.

세기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인류역사상 가장 큰 혁명을 하는 그런 시대가 등장합니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우리에게는 지식과 문화창조력이 있는 국민으로서 희망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유산은 가지고 가고 나쁜 유산은 버리고 가서 새천년을 맞이해서는 자랑스러운 조국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그리고 모든 국민이 아랫목부터 윗목까지 고르게 훈기를 느낄 수 있는 행복하고 풍요로운 나라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