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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김대중 대통령 주요저작(회견)
 
CBS TV 개국 5주년 기념 특별대담(2007.4.2)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1,989  
 
[CBS TV 개국 5주년 기념 특별대담(2007.4.2)]

 “북핵문제 해법과 한반도의 미래”

□ 방송
- CBS TV (위성 412, 케이블 지역) 방송 : 4월 2일(월) 오전 10시 / 밤 11시 재방
- 라디오 (표준FM 98.1 MHz) : 4월 2일 오후 2시 방송
- 노컷뉴스 : 4월 2일자 게재
□ 대담 내용
민경중 TV 제작국장(이하 민경중) : 대통령님 안녕하십니까? 최근에 대학 강연 등 활발히 활동하시고 계신데 건강이 매우 좋아 보이십니다. 건강관리를 위해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김대중 전 대통령(이하 김대중) : 과음 과식 같은 것 안하고, 담배 안 피고 휴식을 자주 취하면서 무리를 안 하는 것 그런 것이 건강에 좋은 것 같습니다.
민경중 : 좋아하는 음식을 많이 드신다고 하는데…….
김대중 : 나는 과식도 별로 안 하는데 어떻게 내가 대식가라고 전설이 되가지고 그건 도저히 막을 수가 없습니다.
민경중 :  최근에 자서전을 쓰신다고 들었습니다. 언제 쯤 출간할 계획이신지요?
김대중 : 현재 준비하고 있습니다. 언제 출간이 될 지는 아직 확실히 예측할 수 없습니다. 오랄 히스토리를 한 30회 하고 있는데 계속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북미관계와 한반도 평화체제]
민경중 : 본격적인 대담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꽉 막혀있었던 남북관계 및 한반도 주변정세가 풀리는 느낌입니다. 특히 북 핵 관련해서 김 전 대통령께서 북한은 핵을 포기하고 북미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한 예측이 맞았습니다. 현 상태를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김대중 : 금년에는 상당히 좋은 진전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 안 하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국민들 밥 먹이고, 옷 입히고 할 것 같습니까? 북한은 핵을 포기 안 하면 세계가 제재하기 때문에 견뎌낼 수 없습니다. 북한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중국이 식량주고, 기름주고 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북한 생필품의 8할이 중국제품입니다. 중국이 이렇게 하고 있는데 중국 입장은 북한이 어떤 일이 있어도 핵무기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만일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면 일본이 가질 가능성이 커지고 또 대만이 가질 가능성이 큽니다. 일본, 대만이 핵을 갖는다는 것은 중국으로서는 악몽과 같은 거예요. 그래서 중국은 만일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 내줄 것을 다 내주었는데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을 포기 안 한다면 그 때는 북한에 대해서 단호한 태도를 취할 것입니다. 우리도 그렇겠지요. 그러기 때문에 이 문제는 처음부터 해결될 문제입니다.
  또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은 지금 중동에서 군사적으로 발 묶여 있는데 북한에 군사적 행동을 할 여력이 없습니다. 또 지금 경제제재를 일본과 같이 하고 있지만 효과가 별로 없습니다. 그러면 결국 미국은 북한과 대화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해서 포용정책을 하라고 한 마당에 그걸 거부하기도 어렵습니다. 또 마지막으로는 부시 대통령 스스로도 중동에서 실패했으니까 퇴임하기 전에 한반도에서라도 뭔가를 이루려고 하는 그런 절실한 필요성도 있고 해서 이번 핵문제는 북한이나 미국이나 다 같이 필요성이 있습니다. 더구나 지금 북한으로서는 그동안 요구했던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 안전보장, 경제제재, 국교정상화 등 모두 미국이 들어준다고 하는데 안 하고 어떻게 하겠습니까.
  이런 등등으로 해서 금년에는 이 문제가 상당히 잘 해결되지 않느냐 그렇게 생각합니다. 특히 다행인 것은 북한과 직접대화 안 하겠다.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할 때까지는 아무것도 줄 수 없다고 하던 미국이 완전히 바뀌어서 지금 무엇 무엇을 주겠다고 직접 나서고 있고 오히려 미국이 적극성을 띠고 있습니다. 그래서 금년 상황은 십중팔구 100% 단언이야 할 수 없지만 잘 진전되리라고 봅니다.
민경중 : 김정일 위원장에게도 대화하도록 여러 차례 촉구하셨습니다마는 미국의 네오콘들에게도 여러 차례 경고의 말씀을 하시지 않았습니까. 바로 그러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김대중 대통령님의 조언이 이번에 평화의 틀로 바꾸는데 상당히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북미 관계가 올해 진전이 있을 거라고 말씀하셨는데 수교의 단계로 가는 시간은 어느 정도로 예측을 하십니까? 
김대중 : 물론 북미 수교까지 가야죠. 북한은 중국, 베트남과 똑같이 다 공산국가 아닙니까? 그런데 다 수교하고 교역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지금 좋은 관계 유지하고 있습니다. 베트남과는 전쟁까지 했거든요. 그래서 북한하고 못 할 것이 없는 거지요. 북한은 또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아주 열망하고 있거든요. 그것만이 살 길입니다. 북한은 미국과 관계개선 해야  IMF(국제통화기금)나 ADB(아시아개발은행) 같은 데서 돈도 빌릴 수 있고 일본하고 국교 정상화해서 한 100억불 정도의 배상금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세계의 투자를 끌어 들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도 자유롭게 북한에 가서 투자하고 같이 경제를 추진시킬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원활히 되려면 6자회담이 잘 돼야 하니까 이런 점에 있어서 북한도 아주 적극적이죠.
[남북 정상회담]
민경중 : 북미 관계가 풀리면서 남북관계 진전도 예상되고 있는데 그 때 마다 남북정상회담이 다시 거론되고 있거든요? 지난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의 물꼬를 처음 트셨는데 남북정상회담은 어떻게 추진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김대중 : 남북정상회담은 북한이 2000년 6.15 공선선언에 남한을 방문한다고 돼있습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남북정담회담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이 남쪽 방문 안 하더라도 언제, 어디서든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풀어줬으니까 북한에 가서도 할 수 있고, 중국이나 러시아에서도 할 수 있는 거지요. 그런데 여하간 정상회담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상회담 해서 6자 회담과 병행해서 한반도의 불가침이라든가 정전상태 해소해서 평화체제로 가는 이런 문제를 논의하고 그리고 또 남북간 문화, 경제 교류도 논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동북아 전체의 평화기구라든가, 우리가 북한을 거쳐서 대륙으로 가는 철도, ‘철의 실크로드’ 이런 문제 등 많은 문제를 논의할 수 있습니다. 특히 남북간의 군사 핫라인 설치하고 또 여러 가지 군사적 분규를 방지할 수 있는 사안을 논의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지금 미군 2사단이 의정부 쪽에서 후퇴하지 않습니까? 이제까지 북한에 대해서 가장 큰 압력의 실체가 2사단이었습니다. 이러한 엄청난 장비를 가지고 있고 여러 가지 능력을 가지고 있던 2사단이 후퇴하면 북한은 그것에 상응한 조치를 해라, 그래서 서로 긴장을 완화시키자 이런 것도 얘기할 수 있습니다. 또 앞으로 2012년에는 한국이 전시작전권을 갖게 되니까 한국이 당당하니 그런 문제에 대해서 남북간의 평화체제와 전쟁방지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는 것이고 여러 가지 중요한 일이 많을 것입니다.
  또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대거 북한에 진출해야 합니다. 중소기업들은 베트남 가는 것보다도, 중국 가는 것보다도 북한이 제일 낫습니다. 거리도 가깝고, 문화도 같고, 말도 같고, 그리고 임금도 싸고, 노동의 질은 북한이 중국이나 베트남보다 낫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과거에는 ‘퍼주기’라고 했는데 이제는 ‘퍼오기’란 말이 나올 정도로 그런 덕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중국이 자꾸 북한에 경제적으로 진출하는데 우리 대기업들도 북한에 진출해서 이미 현대를 통해서 합의되어 있는 중요 SOC(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해서 철도, 항만, 정보통신 등 개발해서 경제의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안 그러면 북한이 중국에 종속됩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북한과 우리가 협력해서 철도가 유라시아 대륙으로 뻗어나가야 합니다. 지금 유라시아 대륙 일대는 석유, 가스, 광물 등 천연자원이 많이 나오고 해서 하나의 노다지판인데 거기에 우리가 못 들어가지 않습니까. 그걸 우리가 지금 철도로 가야 합니다. 이런 등등해서 북한하고 협력하면 북한도 좋고 우리도 좋은 엄청난 발전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앞으로 우리나라가 21세기에 경제적으로 5, 6대 강국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것은 저 혼자 과장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최근 <골드만 삭스>가 얘기한 것 보면 ‘2050년까지 한국이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잘 사는 나라가 된다. 한국 국민의 1인당 소득은 8만 1천불이 된다.’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디 벨트> 도 ‘30년 후에는 한국이 독일을 앞설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 국제전문기관들이 그렇게 얘기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려면 한반도에 평화가 있어야 되고, 남북이 협력해야 되고, 우리가 대륙으로 뻗어 나가야 됩니다. 남북관계가 공동으로 윈윈의 방향으로 협력할 때 우리는 그런 미래를 개척할 수 있습니다. 그런 미래를 놓치면 안 됩니다. 
민경중 : 노 대통령은 북미관계 개선 등을 거론하며 정상회담을 얘기합니다. 정상회담의 순서는 어떻게 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김대중 : 노 대통령도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는 거니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은 현직에서 일을 보고 계시는 분이 여러 가지 정보를 가지고 판단해서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건 대통령께 맡겨야지요.
[한나라당의 대북정책 변화]
민경중 :  최근 한나라당의 대북관이 변화됐는데 이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김대중 : 저는 그것을 매우 환영합니다. 한나라당이 우리 민족사적으로도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후퇴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나 몹시 걱정했는데 지금이라도 바꾼 것은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되면 정부도 대북정책에 훨씬 더 짐이 가벼워지고 성공적으로 할 수가 있습니다. 대북 문제에 있어서 북한하고 전쟁하려는 사람 없지 않습니까? 그러면 한나라당도 같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문제는 남한 내에서 선거의 쟁점으로 하지 말고 민족적 차원에서 해 나가야 합니다. 미소 대결구도가 지나간 지 십수 년이 지났는데 우리만 계속 냉전체제 속에 있는데 그것을 언제까지나 매달리고 있는 것은 역사에도 역행하는 것이고 우리 국민들 다수의 의사와도 맞지 않는 거니까 한나라당이 이번 기회에 흔들림 없이 협력의 길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대북특사]
민경중 : 남북 정상회담은 특수한 관계여서 특사 등이 논의 되고 있습니다. 최근 안희정씨가 북측과 접촉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는데, 특사의 방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대중 : 지금은 남북관계가 많이 개방됐습니다. 이제는 공개적으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대통령이 특사가 필요하다면 국민에게 알리고 또 필요하면 야당과도 협력할 수 있으니까 협력하면서 해 나가는 것이 좋지 않나 생각합니다.
민경중 :  대북 특사로서 김 전 대통령이 직접 북한을 방문할 계획은 있으십니까? 통일부의 이재정 장관이나 여러 사이드에서는 대통령님께서 의사를 표명하시면 어떤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고 최근에 밝혔는데 그 시기나 대통령님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김대중 : 모든 것은 대통령이 판단해서 편리한 대로 해야 하는데 지금은 제가 나설 단계는 아닌 것 같습니다. 특사는 대통령이 신임하고 대통령의 생각과 의중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적격이라고 생각합니다. 단, 저는 다른 방법으로 도와줄 일이 있다면 얼마든지 도울 것입니다.
민경중 : 다른 방법이라 하시면…….
김대중 : 개인자격으로 간다든가……. 그러나 지금은 적당한 시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민경중 : 특사자격이든 개인적으로든 김정일 위원장을 만난다면 어떤 문제를 거론하고 싶습니까?
김대중 : 무엇보다 미국이 북한이 요구한 것을 다 들어주고 있지 않습니까. BDA, 안전보장, 경제제재 해제, 국교정상화 등 다 들어주니까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그냥 일사천리로 해가지고 그들이 말하는 대로 ‘통 크게 해서’ 부시 대통령 임기 끝나기 전에 마무리 짓는, 그래서 부시 대통령도 ‘자신이 한 건 했다’ 하는 업적을 국민한테 과시할 수 있도록 상대방도 봐주면서 빨리 하는 것이 좋겠다는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남북간의 해묵은 전쟁상태, 적대적 관계를 해소하는데 전력을 다 해 달라. 북한이 지금 중국에서 경제지원을 받고 있는데 남쪽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라. 미국과 관계가 좋아지면 남쪽에서 하려는 일에 대해 방해가 줄어들 것이니까 이제 우리도 안심하고 들어갈 수 있고 북한 경제를 발전시키는데 한국과 중국이 같이 들어가서 균형을 취하고 그리고 세계로부터 받아들여서 빨리 북한 경제를 회복시켜라.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전쟁 상태를 빨리 종식시키고 평화를 하고 국제적 지지에 따라서 경제협력을 추진해야 한다. 북한 사람들은 지식수준이 높고 군대에서 훈련을 받았고 그리고 노동력이 아주 우수한데 남한이 이룩한 것 북한이 못할 일 없지 않느냐. 미국과 관계가 좋아지면 북한도 급속히 발전 할 수 있다. 그래서 북한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올라가면 우리 같이 부담 없이 통일로 가는 것 아니냐. 그런 정도의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6자회담과 일본]
민경중 : 이번 6자 회담에서 일본이 소외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은 북미관계 진전에서 매우 당황한다는 보도도 나오는데요, 왜 일본이 이 시점에서 그런 태도와 자세를 보인다고 생각하십니까?
김대중 : 큰 흐름으로 보면 일본이 2차 대전 이후 패전해서 미국식 민주주의를 받아들이고 미국식 체제를 수용했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근본적인 문제는 과거 청산이 제대로 안 됐습니다. 독일은 과거에 대해 교육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배상하는 등 할 것은 다 했습니다.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시대의 잔재가 남아 있습니다. 전범으로 처벌 받은 사람들이 수상도 되고, 장관도 되고, 정부 주요 요직을 다 차지했습니다. 일본은 겉만 항복했지 실제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경제력이 커지게 되니까 다시 복고적인 생각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리고 최근 중국이 성장하고 있어 위협을 받고 있고, 북한의 핵문제와 납치 문제 등이 터졌습니다. 일본은 납치문제 가지고 국민감정에 호소해서 선동했고 그래서 일본 천지가 완전히 뒤집혀 졌습니다. 그런데 그 선두에 선 것이 현재의 아베 총리입니다. 아베 총리는 납치문제로 총리의 자리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어서 납치 문제 등으로 발목이 잡혔다고 할까 너무 깊게 들어갔기 때문에 이것을 조금이라도 흔들면 지지자가 반발하게 되니까 그 길로 계속 가는 겁니다. 또 아베 총리 본인 생각도 그렇고. 고이즈미 전 총리는 북한과 국교정상화 하려고 몹시 노력했는데 이런 사람들 때문에 제동이 걸렸거든요. 지금 그 당사자가 총리가 됐으니까 납치문제 해결 전에는 아무 것도 안 된다, 이렇게 나간 겁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과 문제를 빨리 해결하려고 하는데 거기에 서로 갈등이 생긴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파국으로 가는 갈등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어느 의미에서는 일본이 6자회담에서 고립되고 있는 그런 상태로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 납치문제는 큰 흐름 속에서 해결될 것입니다. 그래서 일본도 결국은 협력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1973년 김대중 납치사건과 국정원 과거사위]
민경중 : 지난 73년 김대중 납치사건을 국정원에서 조사 중이지만 미진합니다. 그래서 최근에 유감표명도 하셨는데 이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대중 : 이것은 한국정부와 일본정부가 한 뼘 손으로 태양을 가리고 있으면서 그것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한국의 공권력인 중앙정보부가 일본에서 나를 납치했고 일본은 그것에 대해서 증거 즉 김동운 서기관 지문까지 확보하고 있으면서 이를 적당히 정치적으로 타협해 버렸습니다. 그러므로 양 측 정부가 당시에 납치라는 인권문제에 대해 떳떳하지 못한 행위를 한 것입니다. 유착을 한 것이죠. 그러면 현재 정부들이 인정을 해 버리면 끝나는 것인데 그걸 지금 안 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인 것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발표하는 것에 대해서 일본에서 제동을 걸어온다고 합니다. 저는 우리 정부가 과거 정부가 한 잘못을 또 한번 되풀이 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으니까 30년, 40년이 지나도 계속 문제가 되고 있지 않습니까? 해결 안 하면 앞으로도 계속 문제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저 개인적으로는 인권문제이고 사실을 왜곡해서 발표하면 저에 대한 중대한 모욕이기 때문에 그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또 일본, 한국 양쪽 모두 인권국가로서의 권위를 위해서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되고 꼭 밝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민경중 : 대통령님의 평소의 지론은 화해를 먼저 실천해 오지 않았습니까?
김대중 : 저는 80년대에 이미 납치사건에 대해서는 다 용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민경중 : 납치사건 진상조사에 대해 현재 김 전 대통령이 가장 바라는 것은 그 당시에 어떤 일이 있었고 당시 정부가 어떤 음모를 꾸몄는지 그 진상이 낱낱이 밝혀져 후대가 교훈으로 삼게 하고 싶다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김대중 : 그런 인권에 대해서는 아무리 감춰도 언젠가는 폭로가 됩니다. 이런 교훈을 주어야 앞으로도 그런 일이 없을 것입니다.
민경중 : 일본 정부가 압력을 넣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계속 된다면 대통령님께서는 강한 입장을 표명하실 생각이십니까? 일본정부에 대해서는 어떻습니까?
김대중 : 조금 두고 보겠습니다.
민경중 : 잠시 종교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이희호 여사와 김 전 대통령은 각 각 기독교, 천주교라는 다른 종교를 갖고 있음에도 서로 부딪치는 일이 없다고 합니다. 대통령님의 신앙관에 대해서 좀 말씀해 주십시오.
김대중 : 우리 내외는 저는 가톨릭이고 집 사람은 감리교(기독교)인데 종교적인 문제로 수십 년간 다툰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식사할 때도 저는 천주교 식으로 십자 성호를 긋고, 집 사람은 그냥 고개 숙이고 기도를 합니다. 어떻게 보면 우스운 장면인데 아주 자연스럽습니다. 같은 하나님을 믿는 것이니 싸울 일이 없습니다. 저는 가톨릭을 믿지만 사실 다른 사람도 그렇지만 정말로 하느님이 계신 것을 실감하고 확신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는가 때로는 그런 의문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독재시절 국민들이 무자비하게 탄압당하고 할 때는 ‘정말 하나님의 정의가 있다면 이럴 수가 있나’라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저는 유신 때 망명 중일 때 아침, 저녁으로 일기장에 기도문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막상 73년 납치됐을 때 물에 던져지기 직전에는 그 때는 하느님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냥 ‘뭐 이제 물에 던져지면 3분이나 5분 후면 곧 죽겠지. 그동안 아주 고통스런 생활을 했는데 이제 이것도 끝나니까 뭐 괜찮다.’ 그러다가 또 바로 물에 던져지면 ‘상어한테 하체는 물어뜯기더라도 상체만은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밧줄을 뜯을 수 없는가 손에 힘도 줘봤는데 소용없어요. 그런데 갑자기 예수님이 옆에 서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예수님 소매 유대 사람들의 긴 옷소매를 붓 잡고 ‘예수님 저를 살려주십시오. 저는 우리 국민을 위해서 할 일이 아주 많습니다’라고 기도를 했습니다. 그때 기도도 정치적으로 했습니다(웃음). 그런데 그 순간 ‘펑!’ 소리가 들렸어요. 그리고 ‘펑’ 소리가 나니까 나를 묶었던 정보부 요원들이 ‘비행기다!’라며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펑’ 소리는 계속 나고 배는 미친 듯이 속력을 내고 그랬습니다. 그래서 그 때 거기서 예수님을 실제로 뵈었는데 예수님을 뵌 그 순간이 제가 산 순간이었어요. 그 때 조금만 늦었으면 저는 못 산 거거든요? 그래서 너무도 우연의 일치랄까 그렇게 됐습니다. 저는 그것을 확실히 예수님으로 믿고 있습니다.
  제가 한번은 이것을 김수환 추기경님에게 말했더니 ‘그때 기도를 하고 있었으면 혹시 환상일 수도 있는데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런 현상을 경험했다면 정말 예수님일 것이다. 그러나 그건 내가 예수님이라고 말할 수 없고 당신의 믿음에 달린 것이다’라고 말씀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속으로 김 추기경 같은 권위 있는 분이 ‘그것 틀림없는 예수님이다’ 이렇게 얘기해 줬으면 더 좋았을 텐데(웃음) 그런 생각도 했는데. 여하튼 저는 이를 계기로 신앙이 굳어졌습니다. 80년 사형선고를 받았을 때도 이런 신앙 때문에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그 때 신군부 사람들이 와서 ‘우리하고 협력하자. 협력하면 살려주고 협력하지 않으면 반드시 죽이겠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 빼 놓고는 뭐든지 시켜주겠다는 말도 했습니다. 그리고 2, 3일 후에 그 사람들이 다시 왔을 때 저는 ‘나도 당신들하고 협력하고 싶지만 나는 못 하겠다. 내가 지금 당신들과 협력하면 일시적으로 살지만 나는 영원히 죽는 것이다. 내가 당신들과 협력하지 않으면 일시적으로는 죽겠지만 역사와 국민 속에 영원히 살 것이다. 그러니까 더 이상 나한테 말하지 말라’ 그렇게 얘기했는데 그렇게 결심할 때까지 한 사흘을 예수님한테 간곡히 기도를 해서 그런 결론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렇게 살아 온 것을 아주 기쁘게 생각합니다.
민경중 :  바른 기독교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대중 : 예수님이 말했잖아요. 곧 산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러 오신다고 했습니다. 마태복음 25장에 나오거든요. 거기에서 예수님은 배고픈 사람에게 밥 준 사람은 나한테 준 것이라 해서 상 주겠다, 병든 사람 문병한 것도 그렇다, 감옥에 간사람 찾아본 것도 그렇다, 여행한 사람 잠 재워주는 것도 그렇다, 뭐 그런 말씀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제일 가난한 사람, 고통 받는 사람을 위하고 그들에게 많이 베푼 사람은 나한테 해 준 것이라 생각하고 상을 준다고 했습니다. 이게 바로 기독교의 정신이고 또 바른 기독교관이라고 생각합니다.
[범여권 통합 가능성]
민경중 :  다시 딱딱한 질문으로 가겠습니다.
김대중 : 지금까지도 부드럽지 않았어요.(웃음)
민경중 : 많은 정치인들이 동교동을 찾는데 과연 범여권의 통합은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김대중 : 우선 범여권의 통합 여부에 대해서는 제가 이야기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당이건 야당이건 국민이 바라는 것은 양당제로 선거를 치르는 것입니다. 이것은 1955년 민주당이 창당된 이후로 지금까지 일관된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 국민들의 정서이고 국민들의 바람이기 때문에 저는 그렇게 이루어지는 것이 좋고 그렇게 이루어져야 국민이 식별하기도 편하고 정국도 안정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에 단일 정당으로 하려면 지구당 문제도 있고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단일당이 어려우면 연합으로 해가지고 단일후보를 내면 되잖아요. 출마하고 싶은 사람 모두 줄 서서 ‘커미티(committee)’같은 것을 만들어 여론조사 등으로 지지가 낮게 나오는 사람들을 탈락시키는 방식으로 계속 몇 번 해서 마지막에 1등한 사람을 중심으로 해서 선거를 하면 됩니다. 그래가지고 정권교체 되면 나중에 그 사람 중심으로 단일정당하면 되지 않아요. 지금 당장에 단일정당 하려면 지구당 관계 등으로 어려우니까 그렇게라도 해서 물론 한나라당은 지금 단일당으로 잘 가고 있으니까 그렇게 해서 양당체제로 선거하는 것이 국민의 바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열린우리당의 분열]
민경중 :  노무현 정부가 민주당을 바탕으로 정권을 창출했지만 결국 민주당, 열린우리당으로 갈라서게 됐습니다. 그런데 또 최근 열린우리당의 해체 문제가 거론되는데 왜 이런 상황이 왔다고 생각하십니까?
김대중 : 열린우리당은 국민에게 감동을 못 준 정도가 아닙니다. 당이 저렇게 된 것은 미안한 말이지만 자업자득이라고 봐야 돼요. 노 대통령을 당선 시킬 때 많은 사람들이 한나라당 당선을 막기 위해서 밤잠을 안자고 노력했습니다. 당시를 생각하면 매우 감동적이고 열정적인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당의 정책, 햇볕정책 계승 등을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집권하고 나서 당이 깨지지 않았어요. 열리우리당 사람들이 당을 깨고 나갔습니다. 결국 국민에 대한 약속을 깬 것입니다. 그리고 햇볕정책 지지한다고 하면서 특검 해가지고 그렇게 괴롭혔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국민들이 실망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거기서 불행의 씨앗이 잉태되어서 그렇게 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국민을 우습게 본 것입니다. 항상 제가 강조하는 것은 ‘국민의 뜻대로 해라. 국민을 하늘같이 생각해라. 그래서 나의 이해와 국민의 이해가 상충할 때는 국민의 이해를 따라라.’ 저는 그렇게 했습니다. 심지어 목숨을 내 놓고도 국민 쪽을 따랐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길게 보면 내 이익이 되기도 합니다.
민경중 : 민주당의 정치적 행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대중 : 그건 민주당 분들이 현명하게 할 것입니다.
[개헌]
민경중 :  노 대통령이 4월 개헌 발의를 준비하는데, 국민 여론은 찬반여론이 맞선 것 같습니다. 개헌에 관한 생각은 어떻습니까?
김대중 : 개헌의 내용은 동의하지만 시기가 더욱 문제입니다. 개헌을 하려면 좀 일찍 했어야 합니다. 지금 FTA 문제도 있고, 또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의 기본법을 다루는 데는 좀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4년 중임제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1987년 헌법을 만들 때 야당이 4년 중임제와 정부통령제를 제안했습니다. 정부통령제를 제안하면 지역적으로도 미국이 남부, 북부에서 정부통령 나오듯이 지역문제도 해결이 쉽게 되거든요. 그런데 그 때 여당이 그렇게 하면 선거에서 못 이긴다고 해서 거절했어요. 4년 중임제는 그 때 전두환 대통령이 5년 단임제를  자기의 큰 업적으로 내세운 때니까 중임제는 말도 안 된다고 해서 못 했습니다. 이번에 한다면 그 둘을 왜 같이 안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부통령제까지 같이 해서 전체적으로 시기가 적당하냐의 문제가 있고, 4년 중임제의 내용에 대해서는 우리도 과거에 주장하던 것이기 때문에 지지합니다.
민경중 : 요즘 대선 후보들의 자질 문제가 많이 거론되는데, 차기 대통령은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김대중 : 21세기는 인류 역사상 최대 격변기입니다. 산업사회에서 지식기반 경제 시대로 들어가고 민족주의 시대가 세계화 시대로 들어가는 등 근본적인 변혁이 있는 시대로 들어갑니다. 그래서 우리가 현재 부딪치고 있는 미래에 대한 식견과 철학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남북문제, 민족 문제에 대해 확고한 신념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빈부의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하고, 가난한 사람들과 고통 받는 사람들이 정부를 믿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무너지는 중산층 역시 살릴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자질들을 모두 갖춘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민경중 : 현재 거론되고 있는 대선 주자 중에 이런 자질을 갖춘 사람이 있습니까?
김대중 : 답변 안 할줄 알면서…….
민경중 : 그래도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으로라도…….
김대중 : 그건 국민이 뽑죠. 국민이 뽑고 국민이 잘 뽑으면 성공하고 못 뽑으면 국민이 손해를 보죠. 그러니까 국민에게 맡겨야죠.
민경중 : 국민들이 그런 자질을 갖춘 지도자를 잘 뽑을 것이라고 봅니까?
김대중 : 우리 국민들은 그런 자질이 있습니다.
[한미 FTA]
민경중 :  우리 국민은 한미 FTA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합니까?
김대중 : FTA는 노무현 대통령도 말씀했지만 하기는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불이익 되는 것은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최대한 우리에게 오는 불이익을 줄여야 하는 게 중요합니다. 미국과 우리가 주고받는 협상을 하면 서로 이익도 있지만 불이익도 있는 것입니다. 칠레와 처음 FTA를 할 때 많은 반대가 있었지만 지금 와서 보면 크게 손해 본 게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의 칠레수출이 매년 46%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불과 몇 년 동안에 3배로 늘었습니다. 칠레도 우리에게 그렇게 늘었습니다. FTA란 이런 것입니다. 한쪽만 이익 되는 것이 아니에요. 지금 미국과 FTA를 하면 관세 4, 5%가 없어지잖아요? 그만큼 큰 덕을 봅니다. 그런데 만일 안 하면 중국이나 베트남을 이길 수 없습니다. 우리가 큰 시장에 나가면 손해 보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는 철강, 섬유, 자동차, 정보통신 등에서 미국보다 앞서고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우리를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나 농업 등 손해가 예상되는 부분에서는 충분한 지원을 해야 합니다.
민경중 :  완연한 봄이 됐습니다. 봄에는 김 전 대통령의 활동도 많이 늘어날 것 같은데 활동계획은 어떻습니까?
김대중 : 현재까지 국내 대학 등에서 강연도 많이 했습니다. 5월에는 독일에서 연설이 있습니다. 재임시절 독일의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베를린 선언’을 했는데 그것이 계기가 돼서 남북정상회담을 했는데 그 대학에서는 이를 매우 뜻 깊게 생각하고 ‘자유상’을 제정했습니다. 제가 그 자유상을 첫 번째로 받게 됐습니다. 독일 외 유럽의 몇 나라들을 돌아 볼 것입니다. 하반기에는 미국과 일본 방문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민경중 : 오늘 대담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